내게 휴식과도 같았던 수쿠레

 

수쿠레 휴식



멈춤이 필요했다

 남미여행을 하며 많은 사람들 만났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여행 당시인 2011년의 남미는 유럽과 미국 등에 비해 많은 한국 여행객들이 찾아오지 않는 곳이었습니다. 다른 유명 관광도시보다 치안이 좋지 못하다는 이유와 한국 기준으로 대부분 사람이 한 번도 배워 본 적 없는 스페인어와 포루투칼어를 쓰는 곳이기에 여행 난이도가 매우 높은 곳으로 유명했습니다.


 내가 만났던 다양한 한국 사람들은 자신만의 특별한 이유로 남미로 덜컥 떠나왔습니다. "서태지를 너무 좋아해서 서태지가 뮤직비디오를 찍은 모아이 석상이 있는 이스터 섬을 가고 싶어서~", "아르헨티나 탱코를 너무 보고 싶어서 남편한테 지금 아니면 못 가니 일 그만두고 떠나자 해서 왔어요!", "우유니를 보고 싶어서" 등 다양한 이유로 다들 남미로 떠나왔습니다.


 당시 나는 28살이라는 나이에 직업이란 것을 갖게 되고 직장이란 곳을 다니다 보니, 내가 이렇게 살다 보면 어느새 60살에 은퇴를 하고 그렇게 살다가 죽겠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연 그 때 나는 무슨 후회를 할까하는 생각을 해봤을 때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이 "왜 일 만하며 살았을까?" 였습니다. 대한민국이라는 땅만 해도 이렇게 넓은데, 그 넓은 세계를 구경도 못 해보고 이렇게 가는 건가 라는 생각에 참 무서웠습니다.


수쿠레 시장




 그리고 짐을 꾸리고 남미로 오게 되었습니다. 브라질에서 출발하여 아르헨티나, 칠레, 볼리비아, 페루를 여행하는 3개월의 계획을 잡고 배낭여행을 시작하였습니다. 3개월이란 시간을 여행하며 정말 후회하지 않을만한 다양한 것들을 보고 배웠습니다. 남미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우유니 투어 후 잠시 쉬자는 생각으로 볼리비아의 '수쿠레'라는 도시를 찾게 되었습니다.


 수쿠레라는 도시는 사실 남미의 다른 도시들에 비하면 큰 볼거리가 없는 곳으로 볼리비아의 제2~3의 도시로 특별함이 없는 곳입니다. 이곳에 도착하였을 때가 여행 기간 3개월 중에 반 정도가 되는 시점이었는데 문득 "내가 남미에 왜 왔었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모든 것을 멈추었습니다.


정리했습니다.

 길진 않았지만 지난 45일의 여행을.. 28년의 삶을.. 3년간의 직장생활을.. 친구들을..가족들을 모두를 정리했습니다. 남미 중에서도 물가가 저렴한 편에 속하는 수쿠레에서 하루 숙박, 식사를 포함해 만원이면 생활할 수 있었기에 2주정도 머물렀습니다. 그리고 정리했습니다.

  한량처럼 늦게까지 잠도 자고, 할일 없이 동네를 돌아다니고 길가다 아무 곳에나 앉아서 그냥 멍하니 사람들을 바라보았습니다. 사실 이때 무슨 생각을 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많은 것을 정리했습니다. 그렇게 할애했던 시간 덕분에 지금까지 탈 없이 생활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수쿠레 정상

편안함을 제공한 도시

 수쿠레는 다른 지역에 비해 치안이 좋은 편에 속한다고 스스로 생각했기에 혼자 밤늦게까지 서성거릴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내가 살던 동네같이 편안히 2주 정도 생활 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 사람을 포함해 외국 관광객들이 그리 많이 오지 않는 도시이기에 수쿠레사람들 사이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깊게 가질 수 있었습니다.

 혹시 남미 여행을 계획하는 분이라면 수쿠레를 꼭 방문하기를 추천해 드립니다. 도시 전체가 어떤 특유의 분위기에 물들지 않은 흰색 도화지처럼 편안함을 제공합니다. 특히 이름이 기억나지 않지만, 중앙시장에서 파는 햄버거는 저렴한 가격에 비해 너무도 맛있습니다. 저는 2주 내내 그곳에서 햄버거를 먹었습니다.

수쿠레 햄버거


Posted by 와이키키 KAKA0